오계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아난존자가 물었다.
“이제까지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면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합니까?”
“계를 스승으로 삼아라”(以戒爲師)
이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계에 머물고 있으며, 청정한 계를 가지면 괴로움을 없애는 지혜와 선정의 온갖 좋은 공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가불자가 스승으로 삼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실천덕목이 바로 오계입니다. 오계는 우리가 어둠의 세계에서 생명의 근원인 밝은 광명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등불로 삼아야 하는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초기경전에서는 오계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첫째, 살생하지 말아라. - 불살생(不殺生)
' 생물을 스스로 해치지 말라. 타인으로 하여금 죽이도록 하지 말라. 또한 다른 사람들이 살해하는 것을 용인해서도 안 된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고 살생과 폭력을 금지하는 자비의 정신입니다.
둘째,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 불투도(不偸盜)
'불제자는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알고서 취하지 말고, 또한 타인으로 하여금 취하지 않도록 하며, 타인이 취하는 것을 인정해서도 안 되며,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취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셋째, 거짓말하지 말아라. - 불망어(不妄語)
'집회에 가서나 군중 속에 있어서나 누구든 타인에게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된다. 또 타인으로 하여금 그것을 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또한 타인이 거짓을 말하는 것을 용인해서도 안 된다. 허망한 말을 모두 피하라.' 인간의 삶이 진실해야 함을 이렇게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넷째, 음행(잘못된 남녀 관계)하지 말아라. - 불사음(不邪淫)
'시뻘건 불구덩이를 피하듯이 지혜로운 자는 음행을 피하라. 만약 재가자로서 음행을 피할 수 없으면 아내를 가지는 데 그치고 타인의 처를 범하지 말라.' 육체적 탐닉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술을 마시지 말아라. - 불음주(不飮酒)
'방일(放逸)의 원인이 되고 사람을 취하게 하는 술을 마시지 말라.' 술을 완전히 금하라는 단정적인 뜻이라기 보다는 술을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수계(受戒)는 계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계를 받는 의식은 불교의 모든 의식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수계라는 절차를 통하여 정식의 신자와 승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제자로서 계를 받을 때 참회와 맹세의 의식으로 팔을 태우는 것을 연비((燃臂))라고 합니다. 어떠한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반드시 받은 계를 지키겠다는 맹서와, 또 평소에 지은 갖가지 죄를 참회하는 의식으로 부처님 앞에서 엄숙히 연비를 하는 것입니다. 팔을 걷고 그 위에다가 향이나 또는 초나 밀을 메긴 삼베심지를 세워 놓고 불을 붙입니다. 불은 서서히 타 들어가 살갗을 태우면서 동그란 화상을 입고 얼마 후 그 자리는 살이 부풀어 올라와 확연한 맹서의 표식을 남기지요. 그 표식은 영원히 오래도록 남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자신을 지켜줍니다.
불자로서 계를 받는다는 것은 바로 부처님 제자가 되겠다는 약속이자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수계의 의의는 불교인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가겠다는 맹세를 다짐하는 데 있습니다.
오계는 기본적으로 욕망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제정된 것이며, 이는 불교 본래의 참뜻을 실현하는 보편적인 생활방식입니다. 공동의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이 악을 범하지 않고 선을 실천함으로써,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이룩하려는 것이 이 오계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실상 이 오계를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항상 일상의 생활 속에 오계의 정신을 계속 불어넣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오계를 한 번 받은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받으면서 그것을 상기하여, 이에 따라 나날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각오를 새롭게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