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봉 등반

등반교육5주차(인수봉등반)                     2005.12.13

지난주에 인수봉을 가려다가 눈때문에 한주 밀려 어제 다녀 왔다.

07;00경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08:00경 산행을 시작 북한산을

올라가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눈이 녹지않고 쌓여있는곳도 많았다.     

                                                       매표소 입구

매표소를 지나 고개정상에 오르자 인수봉이 나타나고 뒤편으로 백운대가 보인다.

서울생활 근  4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인수봉은 물론 백운대도 오르지 못한 나로서는 

마음이 새롭기만 했다.

기온이 차다는것은 느꼈지만 나중에 들으니 영하9도였단다.

그러니 북한산의 실제기온은 몇도나 되었을지 상상이 된다.

추운날씨때문인지 암벽을 타려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등산객도 눈에 띄이지 않는다.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니 백운대는 등산객들이 올라갈수가 있지만 

인수봉은 암벽타는 사람들이 아니면 정상에 오를수가 없다고 한다.

                                                 인수봉

대피소 10구역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서 인수봉 아래 조금쯤 공간이 있는 장소에서

인수봉을 바라보니 위쪽으로는 녹지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바위가 정말 가파르다.

 

초보자인 나로서는 저 바위를 이 어려운 여건에서 과연 오를수 있을까 염려가 앞선다.

허나 학교장은 등반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기에 교육생들 모두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개인장비들을 착용한후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A, B코스로 11명씩 2개조로 편성을 하였는데 나는 A코스 즉 1조가 되었다.

1조의 선등은 1여년전에 이학교를 수료한 조선생이 섰는데

산아래  기온이 영하9도의 날씨라고  하니 바위에 메달리면 몇도나 될런지..... 

눈도 녹지 않았고 바위는 얼어있어 조선생도 여러번 추락하고 또 오르고를 반복하였다.

조선생은 프랜드등의 장비를 사용하였음에도 선등에 애를 먹고 있었으며

여러번의 추락끝에 한 피치를 무사히 오를수 있었다.

아래에서 선등하는 조선생을 바라보는 나는 정말 조마 조마 하였다.

만에 하나 잘못 되었을시의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선  등   자

선등자가  설치한 안전자일을 걸고 그 뒤를 오르는데에도 여러번 추락하고

이렇게 힘이 드는데 .....선등자는 얼마나 긴장 하였을것이며

이러한 악 조건에 등반을 결정한 학교장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그들의 고충이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교육장을 떠나 실전등반은 처음인 내게 바위를 타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때문에

이 험한 바위에 오르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기도 하였지만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인가에  더 긴장할수밖에

없었다.

 

대 여섯 피치를 올라가야 한다는데 이제  한피치를 올랐으니......

이것은 정말 말로서 표현하기 힘든 순간들이었다.

한피치 한피치 올라갈때마다 이것은 바위를 타는것이 아니라 떨어지지않고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현실이 된 느낌이었다.

                     

                                                두번째 피치                                  

한피치 오르고 후등자의 안전을 지키기위한 확보를 보는 행동은

그 휑한  영하의 날씨속에 바위에 붙어 긴장과 추위, 힘과 인내..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져야하는  정말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후등자 안전을 보아주는 본인

나는 선등자가 오르고난후 2-3번째로 오르다 보니 남보다 빨리

다음 피치로 오를수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위와 사투를 벌이다 보니 벌써 해는 지고

19:00경이 되어 주위는 캄캄하고 기온은 더 내려가고

상황은 더 좋지않게 돌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정상까지는 두피치를 더 올라야 했다.

 

선등자인 조선생님이 선등후

세사람이 한피치를 더 오른상태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눈이 녹지않아 바위  위에도

하얗게 쌓여 있었다.

 

조선생님이  그 눈위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좀 더 위를 둘러보러 가고난후에도

뒤에서는 동료들은  계속 올라오는데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온  조선생은 마지막 남은

한피치인 참기름 바위는 완전히 눈으로 덮히고 얼어 등반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의견은 아래에 있는 학교장에게도 전달되어 오르던길로 퇴각결정이 내려지고

5피치 까지 올랐던 교육생중 두사람은 벌써 아래로 퇴각중에 있었는데

1조와 무전연락을 계속 취하던 학교장님은 다시 정상을 오른다면서 퇴각중지를 결정하고

등반할것을 명하였다.

"1조가 정상에 도착하였으니 자일을 참기름  바위로 내려주기로 하였다"는것이었다.

이때 아래로 한피치 내려갔던 누군가가 “나는 다시 올라갈수가 없다”라고 소리치면서

절규하고 있었다.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도 갔다. 그렇게 힘들게  등반하였다가 퇴각하였는데

또 올라가라니....

 

조선생님의 뒤를 따라 좀 더 위로 오르다보니 반대편에 불빛 몇 개가 보이고

웅성그리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어찌나 반가운지...나도 모르게 우리등산학교의

구호인00을 외치자 상대쪽에서도 000하고 대답이 온다.

조우하여보니  2조의  선등자인 유강사와  먼저 올라온 반가운  얼굴들이다.

이들을 만난 우리는 또한번 실망할수밖에 없었다.

학교장은 이들이 인수봉 정상에 도착한 것으로 알아듣고 퇴각결정을 등반결정으로

바꾸었는데 현장에서 만난   2조의 얘기는 자기들이 인수봉에 다 올라왔으니

기다리라고 하였다는것이다.

 

인수봉 정상에 다 올라가서 우리조에게 자일을 내려줄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은  

평소에도 너무 미끄러 참기름바위라고 이름 붙여진 눈덮인 바위아래에서

쌓인 눈을 함께 바라보며  어떻게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는것이다.

 

순간적으로 참담한 생각이 스친다.

내려갈수도 올라갈수도 없는 절박한 현실속에서

잠시나마 위안이 되는것은 팔망으로 보이는 환상적인 서울야경뿐이었다.

실제 야경을 감상할 만한 마음의 여유도 전혀 없었지만....

 

남은 한 피치 , 소위 참기름바위에서   A,B코스로 나뉘어 헤어졌던 교육생 모두가

다시  조우하게 되었지만 상황은 아주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길이는 별로 길지 않은데 눈이 전혀 녹지않았고 기온이 영하10도이상인지라

눈이 바위에 꽁꽁 얼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등반도 퇴각도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않은 순간이었다.

내가 이곳의 결정권을 가진 책임자였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런 캄캄한 야밤, 영하15도의 기온에  눈이쌓인 바위산의 정상을 오르기위한 등반이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퇴각이냐를 두고서 말이다.

물론 퇴각결정을 하는것도 쉽지않은 환경이었지만  나는 퇴각을 결정했을것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교육생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았고

오직 학교장이나 강사들의 결정에 따를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어려운 환경일수록 한사람의 책임자의 결정에 모두가

한마음되어 그를 믿고 따르는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는것을 믿기 때문이다.

우모복은 물론 몇겹의 두터운옷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춥고,배고프고,졸리고

온갖 좋지않은 상황은 다 닥쳐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말이다.

결국은 학교장이 정상에 오르기로 결정하였다.

처음의 선등자가 참기름바위를 오르기 시작하였지만 몇미터 오르지 못하고 추락하고,

재차 시도하였으나 연거푸 추락하여 오르지 못하자 다른 선등자가 또 올라보지만

몇미터 오르지 못하고 추락하고 정말 불가능한것처럼 보였다.

추락하는 선등자나 아래에서 받아주는 사람이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닥도 발을 지탱할수있는 접지면이  좁아서  안전치 못한곳인데다가 추락하는 사람이

바위를 안고 떨어지면 다행이나 떨어져서 추락하면 그 결과는 생각도 하기싫은것이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학교장이 사람들 즉 인간사다리로 자일을 걸기로 하고

제일 아래쪽에 힘이 센 젊은친구가 받치고  그들의  어깨위로 또 다른사람이 그들의 어깨위로

또다른사람들이  이러한 형태로 올라가기로 하고

첫 번째 시도를 하였으나 그 사다리가 무너져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 도래하기도 하였다.

재 시도시는 제일아래에 2명이 받쳐주는 방식으로 재시도를 하여 마지막에 가장 가벼운

여자인 한강사가 빠른속도로 올라   자일을 거는것을 성공 할 수가 있었다.

 

모두가 한마음되어 자기희생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성공할수없는 정말 어려운 자일걸기였다.

아래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지켜보고있는 사람들로서도 그 순간만은 오직 이들의

노력이 성공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정상에 올라갈수 있기를 바랄뿐이었을 것이다.

사다리를 한 제일 아랫사람의 발을 받치고 있는 내심정도 이번에는 꼭성공하기만을

빌수밖에   없었다.

                                  인간사다리로 자일거는 동료들

정상에 오르니  20:00가 넘었다.

인수봉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서울 야경이 무어라고 형용할수없는 아름다움으로

장관을 이룬다.

 

비록 영하15도의 기온에 차갑기만  한 바람, 아침,점심도 먹지못하고 허기진탓인지

사시나무 떨듯 떨리기만 하는 몸, 인간으로서는 최악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야경에 잠시나마 심취할수있다는것.......이것 때문에 바위를 타는 많은이들이

그 어려움과 위험을 무릎쓰고 이곳에 오르는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꺼놓았던 휴대폰을 켜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걱정그러운 목소리로

아내왈“ 어디쯤 오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제 인수봉 정상이야, 아직 다른 이들은 올라오고 있고,  걱정하지마”

하고 끊었다.

 

모든동료들이 정상에 오르고 나니 21:30경쯤 된 것 같았다.

아래를 보고 “나는 미쳤다”고 두어번 소리를 쳐 보지만 돌아오는 메아리조차도 없다.

(나이 쉰이 훌쩍 넘어 이 무슨짓인가.. 왜 이리 사서 고생을 하는것인가)

잠시동안  의문부호를   붙여보기도  하였지마는 이 야밤에 이 어려운 환경속에서

내가 인수봉 정상에 올라 서울야경을 바라보고 있다는것은 평생에 길이 남을 또한장의 추억이

될것이고 함께한  동료들도 평생 잊지못할 인연들이 될것이다.

                                        동료들과 인수봉 정상에서(뒷줄 우측 본인)

기념사진들을 간단하게 몇장씩 찍고서는 강사들이 하강준비를 바쁘게 한다

하강코스의 바위높이는 60여미터라고 하는데 일부가 내려간후 나역시 이들을 바로 뒤따라

교육생중에서는 가장먼저 하강을 시작하였다.

                                        하강준비하는 동료들

오직 자일  한 줄에 하나밖에 없는 내 목숨을 맡기고 하강을 시작하였는데

내려갈수록 바위각도는 85-90도는 되는듯하고 바람은 얼마나 센지 몸이

마음대로 방향잡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니 아래에서 먼저 내려온 사람들의 불빛도 보이고

자일이 짧으니 왼편으로 내려오라는 소리침도 들린다.

내려와서 보니 내가 타고온 자일이 짧아 만약 우측으로 몇미터만 가서

내렸더라면 4-5미터는 그냥 떨어져야하는 아찔한 환경이었다.

옛날에 이 지역에서 자일이 꼬여 하강하던 대학생10여명이 사고사를 당하기도

하였다는 곳이다.

무사히 하강을 하고 뒤에 내려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유도하는 시간에도

바람이 얼마나   세고 차거운지 10분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게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큰 사고없이 하강을 마치고 눈 때문에 덮혀버린

산길을  헤메며 내려오는중에  다리가 풀리면서 바닥에  쳐박혀

바위와   누구가  더  세냐며  헤딩을 한번 하여 보았는데

내 안면보다는 바위가 훨씬 더 셈을 실감하면서  그  휴유증은  정말  심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24:00가 넘었다.

가게에서 생수 한통을 쉬지도 않고 벌컥거리며 마셨는데도 음식보다 물이

더 먹고싶다. 허기진 때문이리라................................

내려오면서 바위와 해딩한 우측볼떼기가 피범벅이 되어  뚱뚱 부어오르고 몰골이 말이 아니다.

먼저 등산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등반한  젊은후배가   자기차량으로  나를 데려가

흐른  핏자국을 닦아내고 후시딘 연고를  듬뿍   발라준다.

두어번 본 친구지만 신경써주는 정성이 정말 고맙다.

그래도 안면이라 흉질까 염려되어  얼지않게 마스크로 보온을 하면서 해장국집에 도착하니

 24:30경이다.

 

간단히 식사를 한후 귀가하니 03:00가 되었다.

문을 열어주는 아내는 깨어진 안면을 보고서는 놀라기도 하였지마는

“당신이 아직도 30-40대로 착각하냐 당신 때문에 머리가 터지는줄 알았다,다음부터는

절대 바위타러 가지말라 ‘고 사정하는 모습이 애처럽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짧지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남보다 더 험한 삶에 도전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지만 삶을 살아감에는 항상 상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닥치고 또 헤쳐가고

하는것이 인생이라는것을 새삼 깨닫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