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이 좋아/□.백두대간

◆. 백두대간 5구간 남덕유산 구간을 지나오면서

아름다운 인생 2006. 9. 29. 17:44

산이 좋아서 산에 간다?

이것이 내가 산행을 하는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야밤에  기력이  다 떨어져  한 발자국도 떼어 놓기 힘든상황,

깊고 깊은 남덕유산 자락의 골짜기에서   몇시간씩  헤메면서도  

'나는  왜  이다지도 힘들게  이 늦은밤에 산속에서 헤메고 있을까? ' 

의문을 던지기도 하였지만  답은 얻지 못했다.

 

삿갓골재 대피소까지는  왜 그렇게도 먼지.........

19;00가  넘으니  후래쉬가  없으면  코 앞의것도  보이지 않을만큼 어둡다.

허기는  지고  다리는  풀리고  정말 힘들다. 

중식으로  라면  한 그릇    먹고  그 높은  능선들을  몇시간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였으니  당연한것 아니겠는가...

 

자신의 안일한 생각과  철저하지 못한  산행계획에 의한 준비 부족때문에

생긴  결과때문인데  누구를 탓하랴... ....

 

사람들은  말한다.  산은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우리네  인생도  이와같다고.......이를   누가  부정 하랴!

 

그 깊은  산속에서  밤은 깊고  날씨는  차거워지고   목적지는  멀고  기력은

다  소진되어  몸도  움직이기 조차도  쉽지않고   휴대폰은  터지지않아  외부와 

연락은  단절되고........내가  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범핑이나  저체온증에라도

걸려  주저앉아    조난이라도  된다면  ............  별  생각이  다  스친다.

 

물론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이  넘긴  어려운  고비중의

한 페이지에  불과 하지마는  조난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서두러지  않고  느긋하게  야간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적당한  자리에 

주저앉아  대비를 서두른다.

 

뱀의  공격에  대한  방편으로  바닥없는 구형  스타킹을  덤으로  신고......... 

그 위에  무릅보호대를  단단히  착용하고  헤드랜턴은  물론  손전등도  사용하기 좋은 위치에  넣어두고 .........

 

여건탓인지  오르고 내리는  능선들은  왜  그리도  높디높은지....정신없이

가다가보니  서봉(장수덕유산)이다.  암릉구간이라서  길�기가  쉽지않다.

캄캄한 밤 인지라  사방으론  멀리  장계, 안성등  주변도시들의  불빛들이

빛을 발한다. 

 

쉴틈도  없이  앞만보고  길을  제촉하다 보니  시간은  밤10시...   드디어 

코 앞이  남덕유산 이다.

표지판을 보니  삿갓대피소는  좌측이고  남덕유산 정상은 직진으로 100여m

올라가야한다고  되어있다.

 

베낭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정상을  향한다.

얼마되지 않는 거리지마는  지쳐서인지  무척이나  힘들다.

그렇다고   이  구간을  지나는중에  가장  주봉인  남덕유산  정상을  오르지

않는데서야  의미가  없지  않는가....더구나 다시 올 기회를 장담도 하지 못하니..

정상에  오르니  남덕유산 해발1507m란  표지석이  선명하게  세워져  있다.

 

밤공기는  차지만  기분은  날아갈것만  같다.

사방에는  멀리  자그마한  소도시들의  불빛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미쳤다" 소리를  두어번  질러보고서는   사진  몇컷을   찍고서

하산을  서두런다.

 

남덕유에서의  하산길은  돌밭길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이  느껴지는  돌밭길을  한참이나  내려오니 또 오르막

길이다.  얼마를 갔을까 ...  우측으로  삿갓봉표시가  나오고  길은  직진이다.

당연한듯  조금도  망설임없이  직진한다. 

직진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내가  힘들기는 힘든가  보다. 삿갓봉을  오를 생각조차도  않고  망설임없이 직진하는것을 보면..) 이제  대피소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마냥  주저 앉고 싶을 뿐이라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눕고 싶을 뿐이었다.

 

가도가도  어둠만  계속될뿐  대피소  같은것은  나타나질 않는다.

한발자국도  떼기 힘든  상황에서  곧  대피소에  도달하리라는  기대에

힘겹게  힘겹게  발을 떼어  놓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얼마나  내려갔을까 .....갑자기  통나무집 같은것이

어렴풋  보이는데  이곳이  삿갓골재  대피소인가 보다.

 

대피소의 모든불은  소등하였고  캄캄하기만 한  산장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너무 지쳐서인지  저녁을   해먹을 기운도 없고  눕고 싶을 뿐 인지라 산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통로에 빈 공간이  있기에  침낭만 내어  잠을 청하는데   오늘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같이만   느껴진다. 

 

핸드폰의 메세지  도착신호가 울리기에  확인하니  옆지기가  메세지라도  보내라고 안달이다.  아침부터 밤 11시가  되었어도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걱정 되었을까...(삿갈골재 도착)..간단히 답을 보내자  알았다는 내용과  잘 자라는 인사가  도착한다. 통화는 안되어도  메세지는 가나보다.

 

오늘은  나자신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으로  점철된  하루였던것  같다.  그러나  나는   승리했고  이자리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것처럼  안전하게  잠을  청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편안함이람   지금까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안락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