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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김천마라톤 하프(21.0975킬로미터)를 달리고 왔다.
실제 달리기라면 자신은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제처럼 그 먼 장거리를 뛰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것이다.
지난해에 금연을 하고난뒤 저녁에 탄천에서 2-3킬로씩 건강을 위해
달리던것이 마라톤 동호회 회장을 맡고있는 막내동생의 영향을 받아
정식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보기로 하고 5킬로미터,10킬로미터를
참가한것이 고작이었다.
10km를 뛰어보니 연습하면 하프, 풀도 뛸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목표를 정한것이 2006년에는 하프, 2007년에는 풀코스를
걷지않고 완주하여 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던것이다.
보름전에 김천마라톤의 하프코스에 신청을 하여두고
저녁에 10km를 주4회씩 2주이상을 열심히 연습하고 참가하였다.
염려되던것이 15km까지는 무난히 갈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가 될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당일 아침 속이 부데낄것을 염려하여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1000여명의 하프참가자들과 09:10 출발을 하였다.
나의 목표는 처음 참가하는 장거리였으므로 욕심은 내지않고
기록을 인정하는 3시간이내만 걷지않고 들어오면 된다는 것이었고,
욕심을 낸다면 10km 연습시 1시간 5분대였으므로
2시간10분이내로 골인하는것이었다.
날씨도 무척이나 더웠다.
반환점에 도착하여 시계를보니 1시간6분대다.
연습시와 별반 차이없음에 용기를 내어 반환점을 돌아
15km지점까지 왔을 즈음 갑자기 다리의 힘이 빠지고
배에 힘이 빠지면서 피곤이 극에 달하는 듯하고 지쳐버린다.
이러다간 완주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속도를 줄이다 보니 뒤에 오던
많은사람들이 앞서 가기 가기 시작한다.
이를 악 물고 그들을 따르려고 하였으나 우측가슴에 통증도 오고...
(안되겠다, 무리하지 말아야지...)생각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차분히 컨디션 조절을 계속하면서 뛰는데 이것은 뛰는게 아니라
발만 뛰고있지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으니 걷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멀지않은곳에 걷고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나는 뛰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간격이 좁혀지는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힘들게 뛰고 있으면서도 오직 마음속에서는
어떡하던 3시간 이내에는 들어가야 되는데....뿐이었다.
꼴찌로 가더라도 3시간이내는 들어가야 기록증이 나오기 때문 이었다.
그래야만 올해 목표인 하프를 뛰었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었다.
걷는지 뛰는지 구분이 가지않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얼마를 뛰었을까
저 멀리 종합운동장이 보인다.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2시간 30분대다.
마음은 뛰어야지 하면서도 다리는 왜 그렇게 무거운지
이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수없는 나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하프를 뛰는데도 이럴진대 풀코스를 2시간10분대에 들어오는
마라토너들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골인지점에 들어섰다.
1000여명중 꼴찌대열로 들어오는 나를 보고도 골인지점의 많은사람들이
박수를치고 응원해 주는데 신이 나고 흥이 났다.
드디어 내가 목표했던 하프를 완주하였다는 성취감과 동시에
살았다는 생각에 다리가 풀어지니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국제마라톤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앞주자들을 앞지르지못하고
때에 따라서는 기권하기도 하는것을 보고서는 무어라고 나무라기도
하였던 내가 정말 부끄럽게 생각되었고 그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항상 느끼는 것 이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 해 보지 않은것에 대하여도 남이 못하면 비방하는것을
주저하지 않았는데 이 순간 느끼는 것이 너무 많았다.
잔듸밭에 주저 앉아 주최측에서 준 바나나 1개,카스테라 1개,두유1개를
먹는데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음식들중에 이렇게 맛나는것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을
했던가 보다.
나이 들어가면서 늦으막에 해보고 싶은것이 너무 많은 나..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와이프 왈 '당신 대단해' ㅎㅎㅎㅎ 자기남편
마라톤에 나가 1000여명중 꼴찌에서 30등정도 했는데...그것은 알고 하는
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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